우리는 수많은 예술 작품을 소비한다. 광고를 보는 것, 영화를 보는 것, 한편의 시를 읽는 것, 한 점의 그림을 보는 것, 늘 흐르는 수많은 영상들을 감상하는 것 등. 그리고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 곳곳에 소비자들의 구미에 꼭 맞는 장치들을 숱하게 만들어놓는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마치 덫에 걸리듯 그 장치에 취해 쉽게 카타르시스에 이른다. 대개 이 장치는 사실을 부풀려 만든 하나의 허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영화 <관상>에서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수양대군이 큰 호평을 받았다. 과연 이정재가 열연한 ‘수양대군’은 진짜 ‘수양대군’에 얼마나 근접했을까? 과장된 표정, 목소리로 만들어낸 가짜 수양대군을 통해 사람들은 ‘수양대군’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허상이 만들어낸 앎은 오히려 진짜 수양대군을 아는 길을 방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