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자살자의 국가유공자인정
선임병 욕설 못이겨 자살한 병사, 국가유공자 인정
대법원 확정 판결… 우울증 경고에도 별다른 조치 안 해
안홍기(anongi)
28사단 가혹행위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센 가운데 선임병들의 욕설·질책과 지속적인 암기강요 등을 못견뎌 자살한 병사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자살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 지정을 거부할 순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고 민아무개 육군 이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민 이병이 자살했다는 이유를 들어 국가유공자 지정을 거부한 건 위법하다는 1·2심의 판결에 서울남부보훈지청은 불복하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같았다.
지난 2010년 3월 육군에 입대해 5기갑여단 전차수리병으로 근무하던 민 이병은 같은해 7월 영내 창고 뒤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군 헌병대 조사 결과 자대 배치된 뒤부터 자살하기까지 약 한달 동안 민 이병은 선임병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욕설과 질책을 받았고 암기를 강요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자대배치 직후 받았던 간편인성검사에서 정서불안과 우울증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중대장 등 간부는 형식적인 면담을 한번 했을 뿐 별다른 지휘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군은 가해 병사들에게 가해병사 3명에게 영창 15일, 다른 병사 3명에게는 휴가제한 5일의 징계를 내렸다. 간부 징계도 감봉, 근신, 견책에 그쳤다.
유가족은 서울남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2011년 3월 서울남부보훈지청은 ‘민 이병의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등록 거부 처분했다. 유가족은 천주교인권위원회와 함께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유가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2년 10월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문보경 판사)는”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그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돼선 안된다”며 서울남부보훈지청의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같은 결과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천주교 인권위는 7일 “군 복무중 자살이 개인의 나약함 탓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정부는 비인간적인 군 복무 확경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군 복무 환경을 개선하고 유가족들이 법원에서 국가를 상대로 길고 긴 싸움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사망 사건의 조사와 국가유공자 심의 과정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1233&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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