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 디베이팅데이 ]

정신질환은 흔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마치 정신 장애인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듯이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한다.
대다수 시민에게 정신질환은 유령처럼 은유적, 관념적인 무언가로 치부된다. 또 운동을 하면 몸이 탄탄해지듯 정신을 집중하면 정신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이런 몰이해의 혼돈 속을 살아가는 고통 받는 정신 장애인과 그 가족의 이야기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하거나, 간혹 수면 위로 떠올라도 다른 이슈에 묻혀버린다.
‘미친 사람에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책의 원제가 가슴을 내리누른다.
글 이준기 기자

이 책이 당신에게 상처가 되기를 바란다

저자 론 파워스는 이 글을 절대로 쓰지 않으려고 했다. 사생활 노출에 대한 거부감, 아들의 질병을 부당하게 이용한다는 도덕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 책을 써도 읽는 사람이 거의 없으리라는 회의감 때문에. 그럼에도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부인주의’에 대한 저항감 때문이다. 존 에드워즈의 주장에 따르면 부인주의는 ‘원초적 공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들은 정신질환을 두려워하고, 그래서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함으로써 그 존재를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겁니다.

이 책은, 제목의 느낌대로 기본적으로 론 파워스 가족의 일대기를 다루지만 그와 더불어 정신질환과 관련한 무거운 주제를 빼곡하게 담고 있다. 정신질환의 개념, 정신 장애인 박해의 역사, 정신 장애인과 그 가족을 더 괴롭게 만드는 제도적 문제 등. 둘째 아들 케빈 파워스는 정신증 상태에서 목을 매어 숨졌다. 그는 아들이 죽고 나서야 아들이 스스로 약 복용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5년 후 큰아들 딘 파워스에게도 정신증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딘은 자살 시도를 두 번이나 했지만 다행히 실패했으며, 헌신적인 의사를 만나 약물로 정신질환의 파괴적 증상을 억누르고 다스리며 살아가고 있다.

둘째 케빈의 첫 번째 진단은 양극성장애 였고 두 번째 진단은 조현병 , 세 번째 진단은 분열정동장애 다. 진단은 다르지만 공통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감별 진단이 쉽지 않은 탓이다. 정신질환의 발생기전과 치료법에 대해서는 아래에 간략하게 정리했다. 뒤의 글에서도 이 이상으로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정신질환의 끔찍함이 아닌, 끔찍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우리 사회의 무신경함이다. 작가의 말처럼, 상처받아야 하는 것은, 이런 무신경한 우리들이다.
이 책의 원제는 ‘미친 사람에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이다. 이 책은 결코 조현병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데, 번역 출판을 하면서 대중적인 호소를 위해서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라고 바꾼 모양이다. 그러나 이 제목은 이 책이 저자의 가족 이야기만을 다룬 것처럼 보이게 한다. 책 내용은 원제에 가깝다.

**양극성장애
기분이 양극단을 수시로 오가는 기분장애의 일종

**조현병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 공통적 특징을 지닌 몇 가지 질병들의 질병 군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조현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양상의 정신증적 증세(망상·환각, 이해하기 힘든 언어 사용, 혼란스러워 하거나 긴장증적인 행동, 무감정·사회적 활동의 위축 등)가 나타나고, 그 유형을 몇 가지로 통일시킬 수 없을 만큼 다양해서다.

**분열정동장애
양극성장애의 특징인 기분장애 증상과 조현병의 특징인 정신증적 증세가 동시에 발현되는 정신질환이다.

베들럼은 본래 빈민 구호소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병원 역할을 겸비한 수용소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수용소에서 정신병자들은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 이들이 치료라는 이름으로 실시한 행위는 구타, 족쇄 채우기, 조롱, 굶겨 죽이기, 위생 무시하기, 심지어 때로는 수용자 살해까지 다양했다. 치료는커녕 명백한 학대였다. 베들럼은 최초이자 가장 악명 높은 정신병자 수용소를 대표하는 말이 되었는데, 더 큰 문제는 베들럼의 치료 방식이 이후 수백 년 동안이나 이어질 ‘광인’ 치료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었다.

베들럼의 의지를 이어받은 기관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정신병자 학대는 계속됐다. 14년 동안 족쇄를 차고 지낸 수용자, 간수에게 강간을 당해서 두 차례 임신하고 유산한 여성…
수용자는 넘쳐났지만 아무도 ‘미친 사람’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아서 기관들은 몇 가지 수를 냈다. 친척을 치워버리고 싶어 하는 부유한 가문과 협상해 돈을 받고 강제로 수용자를 받거나, 방문객들이 그들의 이상 행동을 관람하게 하고 돈을 받거나. 끔찍한 사례를 늘어놓자면 몇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정신질환과 정신 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지금은 종식되었을까? 론 파워스는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혐오하고 멸시해왔는지’ 사회적, 정치적, 의학적으로 풀어냈다.

끔찍한 정신질환 치료 행위에 대한 비판적 움직임 도덕적 치료 운동

정신질환 치료소에서 벌어져온 끔찍한 행위에 대한 비판적 움직임은 18세기 말에야 등장한다. ‘도덕적 치료’ 운동이 그것이다. 첫 주자는 필리프 피넬이라는 프랑스 의사로, 그는 음식의 질을 개선하고 침구로 사용되던 건초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라고 명령했고 수용자를 위한 운동법도 만들었다. 두 번째 주자 윌리엄 튜크 3세는 영국의 퀘이커교도였다. 그는 치료기관에서 숨을 거둔 젊은 여성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직접 기관을 설립했다. 작고 안락한 3층짜리 벽돌 건물은 숲과 초원, 개천이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환자를 관리하는 역할은 그와 그의 아내, 아들들이 맡았다. 그들은 환자들에게 영양가가 풍부하고 건강에 좋은 식사를 제공했으며, 감금하지 않고 건강한 환경에서 사람들의 존중을 받으면 병든 정신이 거의 저절로 회복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 순진한 믿음은 사실이 아니다. 정신질환은 완치할 수 없는 질병이며 극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기에. 둘째 케빈이 자살했을 때 그의 어머니가 쓴 추도사의 일부다.

사랑이 케빈을 구할 수 있었더라면, 케빈은 아직 우리들 곁에 있을 겁니다.
열정과 노력이 케빈을 구할 수 있었더라면, 케빈은 오늘 우리와 함께 이곳에 있을 겁니다.
(…) 선함이 케빈을 구할 수 있었더라면, 우리는 어제 케빈의 스물한 번째 생일을 함께 축하할 수 있었을 겁니다.

정신의학을 지옥으로 보낸 반정신의학과 반권위주의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 정신의학과 관련해 중요한 흐름이 하나 생겼다. 반정신의학이다. 말 그대로 정신의학적 이론과 실천에 반대한다는 선언이다. 반정신의학의 메시아들은 정신질환도, 그리고 그것을 치료하는 정신의학도 허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정신의학의 선두주자는 헝가리 정신과 의사 토마스 사즈였다. 그는 《정신질환이라는 신화》에서 치료심리학은 국가적인 강압의 한 부분이며, 자의적이지 않은 입원 및 약물 투여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R.D. 랭은 《분열된 자아》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주장을 남겼다. 정신증은 개인이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세상의 규범에 맞춰 살아남기 위해 구축한 가짜 자아를 무너뜨리고 탈출하는 방식이라는 것. 이들은 국가가 광기를 병으로 진단한 뒤 치료라는 명목으로 그들을 소외시키고 억압해왔다고 비판했다.

당시(1960년 이후)에는 사회문화적으로 ‘권위주의에 반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환영을 받았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서 반정신의학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론 파워스는 이러한 반정신의학과 반권위주의 정서를 혼합해서 만든 독한 칵테일이 정신의학을 지옥으로 보내버렸다고 말한다. 반정신의학의 거센 흐름 이후 지금까지도 정신 장애인의 자기 의사에 반한 입원과 약물 투입은 시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믿음이 깊어졌다. 무엇보다도 인권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믿음이 질병인식불능증이 있는 정신 장애인들의 치료를 방해하는 중대한 장애물이 되었다는 점은 엄청난 아이러니다.

**질병인식불능증
자신에게 생긴 질병이나 이상 상태를 부정하거나 그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소실된 증상을 의미한다. 이 증상은 양극성장애 및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에 흔하게 동반되는데 이는 정신 장애인이 투약과 상담, 진료를 거부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다. 저자의 두 아들도 질병인식불능증 앞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둘째 아들 케빈은 스스로 투약을 중단한 뒤 스스로 목을 달았고, 첫째 아들인 딘 또한 케빈과 비슷하게 투약을 거부하다가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으면서 증상이 호전되었다.

제약회사의 허위광고와 횡포, 탈수용화가 낳은 악순환

반정신의학이 정신의학을 지옥으로 보냈지만, 이보다 훨씬 비윤리적이고 정신 장애인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제약회사의 허위광고와 횡포다. 우선 이들은 약의 부작용을 감췄다. 부작용 때문에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지만 단 몇 주 만에 그보다 더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니 벌금은 일종의 사업비용인 셈이었다.

그런데 약의 부작용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제약회사는 자신들의 약이 기적의 약이라면서 정신질환을 완치할 수 있다고 홍보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일들을 초래했다. 약으로 정신질환을 고칠 수 있다는 제약회사의 감언이설과 로비에 일부 정치인들과 입법자들이 움직였다. 정신 장애인들을 수용시설에서 내보내는 일, 건전하고 선의로 가득해 보이는 탈수용화 법안을 추진하게 된 것. 탈수용화는 약물이 일으키는 효과에 매료되어 그것을 기적의 약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정신 장애인을 마구 퇴원시켰던 거대한 흐름을 일컫는 표현이다.

물론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이들은 장애인의 관리를 책임져야 할 지역보건센터가 원래 계획의 절반도 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립병원을 폐쇄했고 정신의학 전문가를 해고했다. 더 큰 문제는 정신 장애인의 강제퇴원이 계속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적의 약이 정신질환을 치료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약은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제였다. 정신질환 증세는 약을 끊는 즉시 악화됐고, 직장도 집도 구하지 못한 이들은 노숙자로 전락해 구치소 또는 교도소로 흘러들게 됐다.

탈수용화가 진행되면서 구치소와 교도소는 전국 최대의 정신보건 제공처가 되었다. 수감자 중 정신 장애인은 35만 명 이상이었는데, 이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받는 사람의 10배 이상이었다. 결과적으로, 병원에서 교도소로 정신 장애인의 수용 장소만 바뀐 셈이다.

오늘날 우리가 정신건강에 돈을 들이는 방식은 모든 방식 중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방식이다. 조기 지원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평생지원에 드는 돈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토머스 인셀, 국립정신보건원장

미국의 구치소와 교도소는 이미 수용 한계를 초월했고, 협소함뿐 아니라 정신 장애인이 그곳들에서 지내면서 겪는 모든 일(특히 독방 감금)이 정신건강을 훨씬 악화시켰다. 정신질환이 더 심해져 출소한 사람은 다시 노숙자로 전락하게 되고 다시 수감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 악순환의 고리에 회복은 없다.

조현병이 인간 의식의 기본적인 상태라면?

저자도 이 끔찍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신질환이 본격적인 증세를 나타내기 전, 아니면 사소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개입해 정신질환의 발병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정신 장애인들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충동, 즉 사회에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충동을 되찾게 해야 하며 그것은 우리 모두의 깨달음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신 장애인이 우리의 잠재적 파트너라는, 그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실패할 운명을 타고난 것은 아니라는, 그들이 다른 사람의 행복한 삶을 위한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 말이다.

정신 장애인들은 우리를 치유해줄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질병인식불능증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수전 K. 페리는 속박되지 않고 정신의 경계선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조현병적 사고와 창조적 사고 모두가 지닌 양상이라고 말한다.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가 정신이상과 천재성 사이의 공통점이라는 얘기다. 《창조성과 정신질환》(2014년)에는, 조현병이 유전자 풀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하는 이유가 그것이 창조성과 유전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관점의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조현병과 창조성 사이에는 실제로 모종의 유전적 연관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관점이 옳다면 조현병 유전자는 우리에게 파괴적인 정신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창조성을 제공하기도 하는 이중적인 존재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고든 클래리지가 도입한 ‘스키조타이피’ 개념을 살펴보자. 그는 ‘정상’부터 완전한 정신증적 장애까지 모두가 하나의 스펙트럼 상에 이어져 나타난다고 가정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뇌에는 어느 정도의 스키조타이피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게 모두에게서 발현되지 않는 것뿐이다. 정신질환이 ‘정상’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라 마치 키나 피부색의 분포처럼 연속선 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가정에는 모든 사람이 조현병의 잠재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만약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이 모두 잠재적 정신질환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엄청난 스트레스나 혹독한 환경 따위가 그 정신질환을 일깨울 수 있다면?
그리하여 저자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조현병이 인간 의식의 기본적인 상태라면?

론 파워스 (Ron Powers, 1941~)

퓰리처상 수상 저널리스트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작가. 마크 트웨인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으로 2005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영화화한 공저서 《아버지의 깃발》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는 조현병에 걸린 두 아이 중 한 아이를 잃고, 남은 아이의 삶을 지켜보며 겪은 일을 담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풀어낸 책이다. 정신 장애인의 가족이 겪는 내밀한 이야기뿐 아니라 정신질환을 둘러싼 200년 서구 역사 전반과 사회적, 정치적, 의학적 이슈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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