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 - 디베이팅데이 ]

세상을 다 가져도 변하지 않는 것

사람은 힘으로 바뀌지 않는다.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인 램프의 요정 지니도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 그게 참 멋진 은유라는 생각이 든다 .
<알라딘>은 마법 같은 모래 왕국 위에서 사랑, 그리고 진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 유인서기자,사진 네이버영화

다른 아이들처럼 나도 어린 시절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벅스 라이프, 토이스토리, 타잔, 라이온 킹 등.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 와서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이런 애니메이션들이 실사화되고 있다. 얼마 전에 <명탐정 피카츄>가 그랬고, <소닉> 그리고 <라이온 킹>도 현실 같은 그래픽으로 리메이크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런 작업들은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그리고 보통 원작에 못 미친다는 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나도 약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쪽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인지 옛날부터 ‘알라딘’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거나, 보았어도 그렇게까지 좋아하거나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윌 스미스가 지니를 연기하는 알라딘 실사 버전이 개봉한다는 소식들 들었을 때도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몇 주 전에 친구가 알라딘을 보고 싶다고 해서 별 기대 없이 따라갔다. 정작 보고 싶다고 한 친구는 시큰둥했는데, 나는 너무 재미있게 보고 왔다. 배우들의 연기도, 영상도, 음악도 모두 너무 좋았다.

좀도둑 알라딘과 공주 자스민

알라딘은 ‘아그라바’ 왕국의 가난한 시민이다. ‘아부’라는 원숭이와 함께 사는 그는 꼭 홍길동(?)처럼 심성이 못된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보다 빠른 손을 가진 알라딘처럼 원숭이 아부도 도둑질에 아주 뛰어나다. 여느 때처럼 쫓기던 알라딘은 한 여자가 빵 장수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몹시 배가 고파 보이는 아이에게 여자가 빵 장수의 빵을 집어 건넨 것. 빵 장수는 남의 물건을 가지고 무얼 하느냐며 여자에게 화를 내고, 대가를 지불하라고 한다. 하지만 여자에겐 돈이 없다. 여자가 팔에 비싸 보이는 팔찌를 차고 있는 것을 본 그는 그럼 대신 팔찌라도 내놓으라고 하지만, 여자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대꾸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알라딘은 상인에게 팔찌를 넘기라고 말한다.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여자에게 알라딘은 다 괜찮을 거라며, 일단 자기 말대로 한번 해 보라고 여자를 설득한다. 결국 여자는 팔찌를 풀어 빵 장수에게 건네고 팔찌를 손에 넣은 그는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여자를 그냥 보내준다. 알라딘은 여자를 데리고 급히 자리를 떠나기 시작한다. 팔찌가 아주 소중한 것이라며 이대로 갈 수 없다는 여자에게 알라딘은 주머니에서 팔찌를 꺼내며 말한다.

“이거 말이에요?”

한편 빵 장수는 콧노래를 부르며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팔찌가 온데간데없다는 걸 깨닫고 소리친다.

“알라딘!!!!!”

그들은 건물의 옥상에 판자들을 엮어 만든 알라딘의 은신처로 들어간다. 여자는 자신을 자스민이라고 소개한다. 대화를 나누던 둘은 서로에게 왠지 모를 친밀감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고 자스민이 궁으로 돌아가기 위해 작별 인사를 하려던 찰나, 그녀는 팔찌가 사라졌음을 알아챈다. 자스민은 알라딘이 팔찌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궁으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자스민은 누구보다 백성들을 사랑하고 나라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 그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직접 왕국을 통치하는 술탄이 되고 싶었지만, 왕국의 법도 상 여자는 술탄이 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술탄이 되어 줄 이웃나라 왕자와 결혼을 해야 할 운명이었다. 한편, 도둑 출신으로 배신과 속임수를 거듭해 나라의 재상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 ‘자파’는 호시탐탐 술탄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궁리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가 찾고 있는 물건은 바로 ‘마법의 동굴’ 아래에 묻혀 있는 요술 램프. 번번이 동굴로 사람을 보냈지만 램프를 가지고 돌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자스민의 사라진 팔찌는 사실 알라딘도 모르는 사이 아부가 몰래 숨긴 것. 알라딘은 팔찌를 돌려주기 위해 궁전에 잠입한다. 자스민을 만나는데 성공한 그는 다음에 만날 약속을 하고 궁전을 빠져나오려 한다. 하지만 알라딘은 결국 자파에게 붙잡히고 만다. 자파는 그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하나의 임무를 준다. 동굴 깊이 묻힌 요술 램프를 찾아오는 것. 자파는 램프를 찾아오기만 하면, 알라딘을 공주의 옆에 서도 어울릴 만한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지니


‘소원을 빌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설정은 참 매혹적이다. 인생에 단 하나의 불만도 없이 완벽히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항상 소원이 이루어지는 상상을 한다. 부자가 된다면 어떨까? 세상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면. 모든 걸 단숨에 암기할 수 있는 천재가 된다면 어떨까? 모짜르트같은 재능을 가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등등.

알라딘과 아부가 들어간 마법의 동굴엔 온갖 종류의 금은보화가 가득했다. 램프 외에 보석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어긴 원숭이 아부에 의해 동굴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무너지는 동굴 속에서 램프를 찾은 알라딘은 램프를 문지르고, 지니가 등장한다. 지니는 자신을 전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라고 설명한다. 램프를 문지른 사람은 지니의 주인이 되고, 지니는 그에게 세 가지 소원을 이루어줘야 한다.

소원엔 제약이 있다. “제 소원은 천 개의 다른 소원입니다!”라고 말해서 소원을 타낼 수는 없고,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수도 없다. 원하는 대로 뭐든 이루어진다는 건 좋은 일일 것만 같은데, 지니는 알라딘에게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램프의 주인이었던 사람들 중에 행복하게 잘 살았던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아무리 세상의 모든 보물을 다 가지고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되어도 그것이 꼭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게 삶에서 가장 재미있는 지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궁극적으로 행복은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지니를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돈과 힘, 그리고 권력을 원했고, 결국 대부분 파멸의 길을 걸었다고 지니는 설명한다. 하지만 지니는 알라딘은 지금까지 수만 년 동안 자신을 찾아왔던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달라 보인다고 말한다. 소원을 이뤄주는 지니지만 그에게도 소원이 있다. 뭐든 할 수 있는 불멸의 존재이지만 램프에 갇혀 영원을 살아야 하는 지니는, 램프에서 자유로워져 맘껏 세상을 돌아보고 싶어 했다. 그러니까 그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램프의 주인이 자신의 소원 하나를 써서 그를 자유롭게 해주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없었다. 알라디는 지니에게 약속한다.

내가 내 소원으로 너를 자유롭게 해 줄게.

과연 알라딘은 지니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호시탐탐 왕국을 탐하는 자파, 그리고 술탄이 되고 싶어 하는 자스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록 공연 같은 영화

알라딘의 실사화를 가능하게 한 건 전적으로 윌 스미스의 연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지니 역을 맡은 윌 스미스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제멋대로에다가 유쾌하고, 즉흥적이고, 파티를 좋아하는 지니 역할을 그는 너무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단순히 연기 뿐 아니라 노래도 춤도 아주 멋졌다. 인터넷에는 ‘지니 예찬’이 떠돈다. 알라딘을 보러 갔다가 지니에게 ‘입덕’하고 돌아왔다는 후기가 많다. <알라딘> 흥행의 가장 많은 지분을 지니가 담당하고 있다고. 짐 캐리가 캐스팅 순위에 있다가 참여하지 못하게 됐고 윌 스미스로 변경되었는데, 덕분에 힙합 스타일 지니가 탄생해 좋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픽도 엄청났다. 미래도시 이야기에 나올 법한 연도인 2020년이 고작 한 해 남았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수준의 그래픽이었다. 알라딘 등장 씬의 번개 효과나, 마술 효과 등은 영화를 더욱 생동감있게 만들었고 특히 지니가 처음 등장할 때 자기를 소개하는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장면의 연출은 굉장했다. 아주 정신없고 신나고 짜릿했다.

가이 리치가 감독한 영화들은 항상 어딘가 록 음악을 닮은 면이 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가 인디 펑크 밴드가 담배 냄새나는 지하 클럽에서 공연하는 느낌이었다면, <알라딘>은 전성기를 맞은 세계 최고의 밴드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느낌이었다. 스케일이 중요한 영화라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좋진 않았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을 때쯤 아직 영화가 상영중이라면 꼭 영화관에 가서 관람하기를 권한다!

함께 보면 좋을 영화

월트디즈니에서 만든 <알라딘> 애니메이션 (1993 감독 존머스커, 론클레멘츠) 1993년 개봉작으로 2019년 개봉작에 비하면 그래픽 효과나 음악 등이 다소 미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고전의 향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매니아층이 많다. 이번 <알라딘>을 보기 전 먼저 한번 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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