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 디베이팅데이 ]

훌륭한 군주가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역사가 증명하듯이, 무력과 온갖 권모술수로 국가를 뺏고 빼앗기는 세상에선 그 어떤 군주도 선의와 올바름, 정의로움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위대한 군주에게는 때로 무력과 잔인함, 교묘한 속임수도 요구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때로 살인과 약탈, 속임수 같은 악과 부정의까지도 군주의 재능이라 일컫는다. 오늘날의 정치 현실도 다르지 않다. ‘바람직한 목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수단을 사용하는 일’은 여전히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이 이처럼 인간의 보편적 도덕 감수성에 반하는 저서가 아직까지 읽히는 유일한 이유가 아닐까?
글_ 이준기

군주를 위한 자기계발서, 군주론

저도 대인께 제 자신을 모두 바치겠다는 충성의 증표를 드리고 싶은데,
제가 가진 것들 중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위대한 인물들의 행적에 대한 지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이제 그것을 작은 책자로 간추려서 대인께 보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헌정사(로렌초 데 메디치 대인께) 中

<군주론>은 당시 이탈리아의 군주였던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충성의 증표로서 바친 책이다. 여느 책이든 그러하듯이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당시의 상황을 이해해야한다. 여기서는 로렌초 데 메디치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관계를 알아보자. 르네상스 예술의 후원자로 잘 알려진 로렌초 데 메디치는 1469년(니콜로 마키아밸리가 태어난 해)에 피렌체의 권좌에 올랐다. 당대의 피렌체는 2개월마다 추첨을 통해 새 정부를 구성하는 공화정이었기에 메디치가 피렌체의 군주였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메디치 가문은 선출 과정을 조작하여 약 60여 년 동안 집권을 계속했으니, 공화정은 사실상 명목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피렌체, 베니스, 밀라노, 교황 국가들, 나폴리까지 총 다섯 개의 주요 세력이 있었는데, 이 도시국가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1494년에는 밀라노 사람들의 초대로 프랑스 왕 샤를 8세가 이탈리아에 침입했고, 곧이어 사보나롤라가 이끄는 반란이 일어나면서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에서 축출됐다. 사보나롤라의 집권기간 동안 피렌체는 민주적 개혁으로 공화정 질서를 회복했지만 사보나롤라는 피렌체를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고자 했으며 예술작품과 책처럼 ‘허영심의 산물’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소각하도록 지시했는데, 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는 것이었다. 사보나롤라의 지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1498년에 사보나롤라가 화형당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후 피아로 소데리니가 공화정 체제를 지도하다가, 1512년에 조반니 디 로렌초 데 메디치가 이끄는 메디치 가문이 복귀하면서 마키아벨리는 공직에서 쫓겨난다.

군주란 무엇인가?

군주라고 하면 보통 왕을 떠올리기가 쉽다. 하지만 <군주론>에서 말하는 군주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라는 용어를 로마 황제에 대해서도 사용하지만 작은 지역의 영주에게도 사용한다. 이 책에서 사용된 군주라는 용어는 정치권력을 지닌 사람이나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통치자나 정치 지도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군주의 역할은 시대의 변화에 맞서 국가를 수호하고 인민을 통치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국가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방법과 인민을 통치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한다. 먼저 인민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살펴보자.

마키아벨리가 바라본 인간

마키아벨리는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이나 속성을 투명하게 묘사하면서, 군주가 국가를 통치할 때 인간들의 그러한 성질을 충분히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예를 들어 다음을 읽어보자.

사실 영토를 획득하고자 하는 욕망은 매우 자연스럽고 평범한 일이며,
그럴 능력을 지닌 사람이 그 일을 하면 그는 그 일로 칭송을 받거나, 칭송을 못 받아도 적어도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아무런 고려도 없이 그것을 하고자 한다면, 어리석은 짓이며 비난받아 마땅하다.

위 문장에서 마키아벨리는 다른 국가의 영토를 빼앗고자 하는 욕망을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 심지어는 칭송받을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와 같은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빼앗는 것은 나쁜 일이다.’와 같은 보편적인 윤리‧도덕관념과는 결이 크게 다른 것이었다. 특히 마키아벨리는 이 책의 16장에서부터 18장에 이르기까지 총 세 장을 할애하여 군주의 바람직한 성품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논하는데, 이 부분을 읽어보면 마키아벨리의 사고방식을 보다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는 ‘후함과 인색함’에 대해서 다룬 16장의 내용을 살펴보자.

후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저 후하게만 보일 정도로 후하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해가 될 것이다.

군주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일 없이 후함이라는 덕을 행사할 수 없다.
그래서 분별 있는 군주라면 인색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에 개의치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후한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오히려 인색하다는 평판에 개의치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민에게 후하다는 평판을 얻기 위해서 군주는 자신의 후한 성품을 과시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려면 인민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게 된다. 그때 피해는 다수가 보고 혜택은 소수가 보게 되므로 전체적으로 군주는 인민의 미움을 사게 된다. 그렇다고 인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때부터 후하지 않게 행동하면 곧바로 인색하다는 평판을 얻게 된다.

반면 그저 국가를 수호하고 운영하는 일에 묵묵히 신경쓰다보면 사람들이 처음에는 군주를 비난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후하다는 평판이 따라온다. 군주가 인색할 때 소수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해 불만을 가지겠지만, 대다수는 아무 것도 빼앗기지 않고 평화와 안전을 누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하다는 평판을 얻으려다가 결국 탐욕스럽다는 평판을 듣게 되는 것보다, 인색하다는 평판을 얻어 비난을 받을지라도 미움을 사지는 않는 편이 훨씬 더 지혜롭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군주는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옳은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이때 인간의 속성을 잘 알아야 무엇이 필요한 일인지를 잘 알 수 있는데, 마키아벨리는 인간을 탐욕스럽고 잔인한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그러한 속성을 고려하지 않는 군주는, 국가를 획득할 수 없거나 행여 국가를 획득하더라도 유지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군주다

운명(포르투나)과 역량(비르투)의 상관관계

군주는 인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대답을 앞서 살펴봤다면, 이번엔 ‘군주는 운명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아볼 차례다.

나는 운명을 성난 강물에 비유하는데 (…) 그 강물 앞에서는 모두가 달아나고, 모두가 그 힘에 굴복하며, 그것을 제지할 수 있는 아무런 방법도 없다.
강물의 특성이 이와 같다고 해도, 사람들이 날씨가 좋을 때 제방과 둑을 쌓아서, 다시 강물이 불어나더라도 물이 수로를 따라 흘러가도록 만들고,
그래서 강물의 힘이 제어되지 않거나 피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대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운명(포르투나)은 자신에게 저항할 역량(비르투)이 조직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그 위력을 과시한다.

마키아벨리가 이 책 전반에 걸쳐 거듭 강조하는 바가 있다. 전적으로 운(포르투나)에 의존하는 군주는 쉽게 몰락한다는 것.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훌륭한 군주는 평화로울 때 그저 그 평화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행운(포르투나)은 준비된 사람에게서만 진정한 빛을 발하게 마련인데, 아무리 좋은 기회라고 하더라도 그 기회를 적절히 사용할 능력(비르투)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주어진다면 소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운은 그들에게 재료를 가져다주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할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한 기회가 없었다면 그들의 정신의 능력(비르투)은 써보지도 못하고 소실되고 말았을 것이며,
그 능력이 없었다면 기회는 헛된 것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따라서 행운이든 불운이든, 군주가 운명에 맞서는 방식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사람은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들을 미리 예측하고,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미리 대비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군주국의 종류와 획득방법

그렇다면 군주국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국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군주국은 크게 세습 군주국과 신생 군주국으로 나뉜다. 하나의 가문이 한 국가를 여러 세대 동안 통치했다면 세습 군주국, 그렇지 않다면 신생 군주국이다. 그리고 개인이 군주가 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각각 세습, 행운, 능력에 의한 방법이다.

먼저 세습 군주국의 군주가 되는 일은 그저 자리를 물려받는 일이기 때문에 별다른 행운이나 능력이 필요치 않다. 세습에 의해 군주가 된 사람은 국가를 유지하기 쉬운데, 한 가문의 통치가 몇 세대 지속되면 인민들 사이에 변화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 번 변화가 일어나면 그것은 언제나 다음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반란의 불씨가 되기 마련인데, 그렇기에 신생 군주국의 군주에게는 행운이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행운으로 신생 군주국의 군주가 된 사람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려움을 거의 겪지 않지만 자리를 유지하고자 할 때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은 그 군주가 의존해온 행운이라는 것이 변하기 쉽고 불안정하기 때문이고, 단지 행운에 의해서 군주가 된 자는 우호적이고 충성스러운 군대를 거느릴 만큼 뛰어난 재능이나 역량을 지닐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능력으로 군주가 된 사람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국가를 획득하지만 그것을 큰 어려움 없이 유지할 수 있다.

신생 군주가 국가를 유지하는 데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따를지는 군주의 역량에 달렸는데, 행운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군주가 된 사람의 역량은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능력으로 국가를 획득한 군주들 중에서도 다른 군대의 도움을 받은 군주보다 자기 자신의 군대로 국가를 획득한 군주가 자신의 국가를 더 잘 유지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비단 이 사례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군대를 다른 무엇보다 중요시했는데, 이어서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군대의 중요성

군사력은 왜 필요한가? 마키아벨리는 모세 등의 예를 들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위험에 처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무장한 예언자는 모두 승리했으나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멸망했던 것이다.
(…) 인민의 정서는 변하기 쉬워서 그들을 설득하기는 쉬우나 설득된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있다.
따라서 그들이 더는 믿지 않을 때는 힘을 사용해서라도 믿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뛰어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력을 갖춰야한다는 의미다. 그는 위와 같은 문장을 통해, 유려한 언변이나 빼어난 지적 능력만으로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듯이 지혜만 섬기는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이처럼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다른 어떤 능력보다도 군사력을 중시했는데, 그런 사고방식은 다음 문장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군주는 전쟁, 군사 조직, 군사 규율 외의 다른 어떤 것을 목적으로 삼거나 생각해서는 안 되며, 또 다른 소질을 계발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지휘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유일한 기예다.

또한 그는 용병과 원군을 쓸모없는 군대로 여기고 군주 스스로 자신의 군대를 조직하고 지휘할 것을 촉구했다. 용병과 원군은 꼭 필요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뿐더러, 그들의 손을 빌리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고 나면 그들이 가장 큰 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운명이 아닌 역량에 의존하는 현명한 군주라면, 꼭 필요할 때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자신의 군대를 육성하는 것이 당연하다.

옳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옳지 못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정당한가?

지금까지 살펴본 마키아벨리의 사고방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모로 가도 군주만 되면 된다.”
어쩌면 당연하다. 이 책은 군주에게 아첨하기 위해 집필됐으니 말이다. 이 책은 16세기에 집필됐다. 그런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까지도 마키아벨리처럼 생각해야 하나?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우선인 사회는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나?

이 책을 읽으며 정치혁명을 꿈꾸는 건 어떨까?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은 도태되고 마는 사회를 꿈꾸는 건 어떨까? 군주시대의 문제는 16세기에 남겨두고 오늘은 민주시대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 어떨까? 이를테면 이렇게 말이다. 어떻게 해야 정치인이 인민의 마음을 더 잘 대변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정치인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더 잘 대변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정치체제를 어떻게 개편해야 할까?

니콜로 마키아벨리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사상가이자 정치철학자.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메디치가가 몰락할 무렵인 1494년, 공직에 올라 피렌체 공화국 10인 위원회의 서기장이 되었다. 외교 사절로서 신성 로마 제국 등 여러 외국 군주들에게 파견되면서 독자적인 정치적 견해를 구축했으며 사보나롤라가 화형당한 1498년부터 1512년까지는 공화국 제2재무성 장관도 역임했다. 이후 1512년 스페인 침공으로 피렌체 공화정이 무너지고 메디치가가 피렌체의 지배권을 회복하면서 공직에서 추방되어 독서와 글을 쓰며 지냈다. 메디치가의 군주에게 바치는 <군주론〉은 이때 저술된 것으로 여겨진다.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인간을 짐승만큼 사납고 위험하면서 그보다 더 탐욕스럽고 잔인한 존재로 그렸다.

한편 <군주론>은 마키아벨리의 저술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는데 비아냥거리는 의미의 ‘마키아벨리즘’이란 단어는 여기서 유래됐다. ‘정치’와 ‘정치가’라는 단어에 함축된 부정적인 의미 또한 <군주론>의 영향을 받았으며, ‘악마’라는 의미의 영어 표현인 ‘Old Nick(올드 닉)’의 유래도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이름과 관련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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