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아이

[ - 디베이팅데이 ]

늑대의 ‘길들여지지 않음’은 인간에게 위협적이면서도 끌리는 요소다. 늑대는 수많은 이야기에 등장한다. 로마의 건국 신화에서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가 나라를 세웠다고 이른다. 소설이나 만화, 영화 위를 횡행하는 늑대인간은 또 어떤가? 멀쩡히 인간으로 지내다가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늑대로 변하는 그들은 야성적인 매력으로 숱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다.

<늑대아이> 역시 늑대인간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늑대인간과는 연령대가 조금 다르다. ‘늑대인간’도, ‘늑대소년’도 아닌 ‘늑대아이’니 말이다.

늑대와 사랑에 빠지다

대학생인 하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생활비를 스스로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를 오간다. 늘 혼자라서 조금은 외로워 보이는 그녀. 어느 날 하나는 수업 중 한 남학생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삐죽삐죽 제멋대로 자라 덥수룩한 머리와 깡마른 몸, 왠지 고독해 보이는 눈빛. 외톨이는 외톨이를 알아보는 것일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하나가 사랑하는 ‘그’는 만날수록 어딘가 좀 이상하다. 하나에게 거리를 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그가 말한다. 자신은 ‘늑대인간’이라고. 아버지의 아버지 역시 늑대인간으로 살아갔던, 대대로 내려오는 비밀을 지니고 있던 소년. 그는 하나 앞에서 직접 늑대로 변해 보인다. 하지만 하나는 그가 늑대인간이여도 상관이 없었다.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은 함께 살기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살아나가는 행복한 시간. 금방 아이들도 생겼다. 혹시 아이들이 늑대의 모습으로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하나는 집에서 아이를 낳는다. 병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큰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눈이 오는 날 태어나서 ‘유키(雪)’라 지은 작은 여자아이. 그리고 얼마 후 비가 오는 날에 태어난 ‘아메(雨)’의 어머니가 된 하나. 그리고 아버지이자 어엿한 가장이 된 그.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단숨에 깨져버렸다. 늑대아이는 갑작스럽게 죽어버린다. 그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늑대의 모습으로 동네 개천에서 발견된다. 아이들에게 줄 먹이를 구하려고 했던 것일까? 무언가 그의 본능을 깨워 버린 걸까? 이유는 알 수 없다. 하나는 그의 사체를 제대로 거둘 수조차 없었다. 남편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할 수도 없다. 늑대인간을 사랑한 결과는 그렇게 처참하리만큼 슬펐다.


 

늑대 아이들의 엄마 되기

하지만 언제까지나 슬퍼할 수는 없다. 하나는 두 아이의 어머니니까. 게다가 이 아이들은 보통의 인간이 아닌, ‘늑대아이’들이다.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게다가 이 아이들은 언제고 늑대의 모습으로 변하는 비밀을 안고 있다. 유키가 건조제를 잘못 먹고 크게 아픈 위급한 순간, 하나는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소아과로 데려가야 할지,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늑대아이를 키우기 열악한 조건이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의 눈, 맘껏 돌아다니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좁은 방안에 가두고 살아야 하는 미안함… 하나는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로 떠난다. 사람이 별로 없는 곳으로 가면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도시에서만 살아온 하나가 시골에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자급자족을 하려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아는 것이 없다. 처음 동네 사람들은 하나 가족들이 금방 포기하고 도시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하나의 모습에 하나둘 마음을 연다. 아낌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 가까워지면서, 아이들은 매일 매일이 즐거움의 연속이다. 거리낌 없이 늑대 본연의 모습으로 들판을, 산속을 뛰어다닐 수 있으니까.


 

인간으로 살까, 늑대로 살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천방지축이었던 유키는 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인간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라는 사회를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늑대의 본성을 숨기고 인간인 척 살아가야 함을 배운다. 유키는 그 모든 것에 잘 적응해나간다. 그런데 아메는 다르다. 수줍음이 많고 겁쟁이였던 아메는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 늘 혼자서 있거나 집에 틀어박혀 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산속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산에 정령인 여우를 선생으로 모시고, 사냥법이나 산의 지형 등 동물만이 아는 자연의 이치를 배운다.

그러던 어느 날, 유키의 반에 소헤이란 남학생이 전학 온다. 열두 살의 유키는 처음으로 이성에게 가슴이 뛴다. 첫사랑인 걸까? 하지만 소헤이는 유키의 몸에 코를 킁킁대며 말한다. “너희 집에 개 키우니?”
이제 막 사춘기의 복잡다단한 시기를 들어선 유키에게 그 말은 거대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호감이 가는 녀석에게 들었으니. 유키는 소헤이를 의도적으로 피한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을 ‘개 냄새’를 숨기기 위해. 그러면 그럴수록 소헤이는 유키를 졸졸 쫓아다니고, 결국 유키는 늑대로 변해 소헤이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히고 만다. 이 사고는 겨우 수습이 됐지만, 유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소헤이와 점점 멀어진다.

유키는 자신이 늑대인 것이 너무나 싫다. 그냥 평범한 인간으로, 여자로 살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언제나 밝고 쾌활했던 그녀는 자신의 비밀과 그로인한 고독으로 한층 성숙해진다. 조용하고 사려 깊은 소녀로 성장한다.

한편 아메는 더욱 자신만의 세계, 자연의 세계로 빠져든다. 학교엔 나가지 않고 산속을 헤매며 여우 선생의 가르침을 받는다. 그러한 아메가 걱정되는 하나. 유키 역시 아메가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은 늑대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노력하고 있는데, 아메는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이니 말이다.


 

선택의 순간

유키 – “너 왜 학교에 안 와?”
아메 – “늑대니깐. 그럼 누나는 왜 산에 안 와?”
유키 – “인간이니깐.”
유키와 아메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둘의 삶은 뚜렷하게 양 갈래길로 나눠진다. 마을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 선택의 기로는 두 남매에게 급작스럽게 닥친다. 산의 수호신인 여우 선생이 다쳐서 아메는 그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 즉 인간의 삶을 아예 버리고 늑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하나는 아메가 지금까지처럼 자신의 품에서 살았으면 하지만, 그는 곧 독립을 택한다. 늑대는 자립심이 아주 강한 동물이니까. 하나는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다. 유키는 소헤이에게 자신이 늑대아이임을 솔직히 밝히고 사과한다. 소헤이는 그녀의 정체를 비밀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을 존중하고, 보호해준다. 가족 이외에 처음으로 비밀을 공유하는 인간이 생긴 아키는, 늑대인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이렇게 두 명의 늑대아이는 그렇게 늑대와 인간으로 자라났다. 모든 것이 미숙했던 하나 역시, 어엿한 어머니가 되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늑대인간 이야기의 ‘육아 버전’이다. 또한 훌륭한 성장드라마이기도 하다. 한 평범한 여자아이가 늑대인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를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른다. 그 과정은 눈물이 찔끔 날만큼 고달프면서도 사랑스럽다. 하나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실제 어머니들의 삶과 흡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일반적인 아이’와는 조금 다른, ‘틀별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 말이다. 그래서 사회의 냉정한 시선에 두려워하고 상처 받는. 그래서 하나와 유키, 아메의 성장은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혼란스럽고 아파하는 누군가에게 커다란 용기를 건네줄 것이다. 자신의 ‘다름’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선택하는 용기. 선택 후 그것이 주는 무게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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