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감형(술을 마시면 형벌 감형) 폐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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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ussion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판사가 자기 재량에 따라 형벌을 감형해주는 것을 주취감형이라고 한다. 형법에 주취감형이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심신(心身) 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한 자는 형을 감경한다’는 형법 10조 2항에 근거하여, 술에 취한 상태를 일종의 심신 장애로 규정하여 관습적으로 감형을 해주고 있다. 이는 술에 대해 너그러운 우리의 문화를 반영한 풍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범죄를 넘어 강력범죄에까지 적용되는 주취감형에 대한 반발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그 움직임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그 도화선이 된 것은 조두순이다. 그는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하고도 당시 술에 취해있었다는 이유로 12년 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며 무기징역을 구형하라는 주장과 함께, 청와대에는 주취감형 폐지 국민청원이 20만 건 넘게 접수되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조두순의 형량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주취감형 역시 그런 조항 자체가 없어서 명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data
news
소년법 연령 하향 “효과 없다 vs 재범률 올라 강력 처벌해야(2017.11.9, 파이낸셜뉴스)
음주 후 성폭행 시도 ‘심신미약’ 인정과 불인정(2009.11.20, 한겨례)
조국 “조두순 재심은 불가능 ‘주취감형’은 현행법에 없다”(2017.12.6, 폴리뉴스)
pros opinion
a. 음주 상태는 심신 장애가 아니다.
심신 장애에 근거하여 감형해주는 형법 10조 2항의 취지는 정신지체와 같이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장애를 고려한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 만큼 어느 정도는 그 형벌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취지의 형법 10조 2항은 꼭 필요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주는 그 취지와 전혀 관련이 없다. 아무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 해도, 그것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술을 마신 결과다. 만약 음주 상태를 심신 장애로 규정한다면, 모든 음주운전은 감형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형법 10조 2항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 문자적으로 접근해서 음주 상태를 심신 장애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법의 정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고, 법을 모독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사회에 불이익을 끼치는 행위가 될 것이다.
b. 주취감형은 잘못된 음주문화의 결과물이다.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셔야 하는 것이 한국의 음주문화다. 세대, 지역, 지위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집단은 모여서 술을 마신다. 판사들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술 취한 사람을 ‘이해’한다. 자신들도 똑같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을 때까지 술을 마셔봤고, 언제든 그런 상태에서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일종의 동병상련(同病相憐)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형법에 명시되어 있지도 않은 주취감형은 한국의 잘못된 음주문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문화인 이상 쉽게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개인의 인생과 사회 정의를 논해야 하는 법정에서는 주취감형이라는 잘못된 문화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cons opinion
a. 판결은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다.
주취감형 폐지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다. 삼권이 분리된 대한민국에서 청와대가 사법부의 권한에 간섭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주취감형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사법부에 영향을 행사하게 된다면, 그것은 향후 부정적인 영향을 계속해서 미칠 여지를 준다. 늘 좋은 정부가 좋은 영향만 행사하리라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주취감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선 안 되고,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알리는 캠페인과 토론 등을 통해, 판사들이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독려해야 한다. 법에 명시된 것이 아닌 만큼 생각만 달리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사안이다.
b. 잘못된 음주문화가 억울한 음주도 만든다.
원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지만, 원하지 않음에도 술을 마셔야 하는 사람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회식 문화다. 술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불편한 직장 상사나 거래처 사람과 함께 술 마시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셔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 아닐까? 물론 왜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 구분해야 할 필요는 있다. 원해서 마신 것과 불가피하게 마신 것의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판사는 두 사안을 분명히 구분하여, 전자는 엄벌하고 후자는 정상을 참작해야 할 것이다.
Opin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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