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제국의 발견

[ - 디베이팅데이 ]

책 표지
 

작지만 거대한 동물 개미, 인간보다 위대한 사회를 이룩하다

개미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단것을 좋아하는 별 볼일 없는, 작은 곤충? 그런데 이렇게 작은 개미들이 인간사회보다도 더 탄탄한 사회·경제·정치 구조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개미 전문가’ 최재천 교수의 《개미 제국의 발견》은 개미들이 인간보다 효율적인 ‘제국’을 이루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흥미롭고 재미나게 알려준다. 자, 이제 우리 인간이 이 작은 개미들에게 배워야 할 점은 없는지 살펴보자고.

개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곤충이다. 학교 운동장이나 길거리, 심지어 집안에서도 심심치 않게 마주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개미라고 하면 ‘개미와 베짱이’의 주인공이요, 성실하고 부지런한 곤충, 혹은 생태계를 이루는 아주 작은 구성원쯤으로 여긴다.
《개미제국의 발견》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개미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들을 알려준다. 거의 백과사전 수준으로. 이 책을 쓴 최재천 교수는 국내 최고의 개미 연구가이니, 그럴 법도 하다. 더구나 책이 두껍거나 내용이 딱딱하지도 않다. 중학생이 보는 책이라고 얕잡아보지 말기를 부탁한다.
지은이 최재천은 머리말에서 자신의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짤막한 저 자신의 개미세계 여행기를 시작으로 개미사회의 경제구조, 사회 및 문화, 그리고 정치체제에 관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인간보다 훨씬 먼저 시작한 농작물 재배와 낙농에서 최신식 자동차 조립공장을 방불케하는 고도의 분업제도는 물론 다국적 기업의 형태까지 그들의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겁니다.”

쉽고 재미있는데 내용은 알차고 유익하다는 느낌이 오시는지? 더구나 개미사회는 우리 인간의 그것과 꼭 닮았단다.

 

인간은 침팬지보다 개미와 더 닮았다?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로 침팬지를 꼽는다. 침팬지와 인간은 실제로 99%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인간처럼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며, 단단한 도구도 사용할 줄 안다. 인류의 조상이 침팬지와 비슷하다고 추측하는 건 아마도 이런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침팬지 말고 인간과 흡사한 동물을 꼽는다면?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당연히 개미를 꼽을 것이다. 개미사회의 경제구조가 인간사회의 구조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개미사회의 경제시스템이 인간보다 더 뛰어나 보인다.

우선 개미들은 인간보다 먼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냐고? 먹이를 낑낑 짊어지고 가는 개미들을 봤는데. 개미는 집 밖에서 먹이를 구하는 것 아냐?… 개미들 중에는 버섯 농사를 지어 먹는 개미가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9500종의 개미들이 살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120종의 개미들이 살고 있는데, 이 중 약 200여 종의 개미들이 크고 작은 버섯농장을 경영해 먹이를 충당하고 있다. 개미들이 버섯을 기르고 수확하고 저장하는 과정은 현재 인류의 현대식 공장을 방불케한다. 인류가 농업을 시작한 것이 만년 전인데, 개미들은 무려 5천만년 전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한편 가축을 기르는 개미들도 있다. 개미들이 키우는 가축은 진디로, 개미는 무당벌레나 풀잠자리 같은 천적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진디에게 단물을 제공받는다. 우리가 젖소를 돌보고 우유를 얻듯.

이밖에도 개미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경제구조를 이루고 있다. 여왕개미는 폐쇄된 공간에서 일개미를 낳아 기른다. 적에게 공격당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여왕개미는 미리 비축해둔 영양분과 자신의 다리 및 날개를 일개미들에게 먹인다. 첫 일개미들이 자라 밖에서 먹이를 구해오기 시작하면 폐쇄경제는 개방경제로 전환한다. 또 여왕개미들은 첫 일개미들을 잘 기르고 잘 보살피기 위해 다른 여왕개미와 방을 함께 쓰기도 하는데, 이는 합작투자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경제구조뿐 아니라 개미의 사회, 문화, 정치체제도 인간사회와 닮았다. 예를 들어 개미들이 사용하는 화학언어는 인간의 말보다 더 정확하게 의사소통을 하게 해준다. 또 개미사회는 직업이 다양하다. 여왕의 시중을 드는 시녀, 알을 돌보는 보모, 노동자, 적의 침입을 막는 군인 등. 종에 따라 더 다양한 직업도 있다. 사냥꾼개미 사회의 사냥꾼, 베짜기 개미사회에는 베짜기가. 이런 개미들이 여왕을 중심으로 하나의 제국을 건설해나간다. 개미제국은 여왕의 절대권력과 충성을 다하는 일개미들로 구성된 강력한 왕권중심적인 사회다.
이처럼 개미들은 인간사회처럼, 아니 어쩌면 인간보다 더 탄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며 자부하고 살아가지만,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자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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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개미사회, 평화유지의 비결은?

개미들이 발달된 사회를 구축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만큼 지능지수가 높거나 힘이 센 건은 아니다. 이 힘의 근원은 조직화된 계급에 따른 분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들은 여왕개미, 수개미, 일꾼개미, 병정개미 등 각자 속한 계급에 따라 일을 나눠서 진행한다. 하지만 분업제도만으로는 개미사회의 발전을 설명하기 어렵다. 적의 침입, 자연재해로 일꾼개미의 수가 급격히 즐면 사회구조가 흔들릴 게 분명하므로. 분업 못지 않은 협동이 잘 이루어져서다. 일개미의 일손이 부족하면 수개미나 병정개미가 나서서 도와준다.

그렇다면 개미사회의 분업과 협동, 희생정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무리 개미들이 태어날 때부터 혹은 경험을 통해 분업의 효율성을 갖게 되었다고 해도, 어떻게 모두 제국을 위해 헌실할 수 있는 걸까? 이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여왕개미는 암컷 일개미에 비해 너무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는 개미사회가 불공평하다는 걸 말해준다.

이 수수께끼는 종족보존 본능이라는 유전적 이유 때문인 걸로 보인다. 인간을 포함한 대다수 동물들은 두 개의 염색체를 가진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하나씩의 염색체를 물려받는다. 그래서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 자매들은 평균적으로 50%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반면에 같은 여왕한테서 태어난 일개미들의 유전자적 연관계수는 75%에 달한다. 수개미들은 한 벌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가 이걸 몽땅 자식에게 건네주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일개미들은 자신이 직접 자식을 낳을 때 연관계수가 50%에 그치는 자식을 낳는다. 모든 동물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려는 본능, 즉 종족본능이 강하다. 따라서 일개미들은 알을 낳기보다 협동해서 여왕개미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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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사회의 이타심

개미들의 협동심 덕에 제국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긴 하지만 모든 개미들이 늘 협동하며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권력다툼과 전쟁이 있다. 여왕개미들은 서로 피를 흘리며 왕권을 장악하려 애쓰고, 그 과정에서 자기 어머니를 물어 죽이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종의 개미들을 붙잡아 노예로 삼는 경우도 있고. 개미사회는 경제, 사회 구조만이 아니라 잔인하고 폭력적인 인간의 모습도 닮았다.

하지만 개미사회에서는 갈등이 인간사회처럼 오래 가지 않는다. 또 늘 이런 잔인성과 폭력성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간사회보다 훨씬 평화롭다. 개미들은 자신이 비축해둔 먹이를 서로 나눠먹고,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본능마저 거스르며 이타심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개미들의 이타심은 어쩌면 생존과 종족보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터득하게 된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존하고 사회를 유지,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것은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개미와 사랑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시 아직 개미의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느날 무심히 산이나 들이나 골목이나 학교운동장에서 개미들의 움직임을 가만히 관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최재천 교수의 연구실에는 개미에 푹 빠진 중고생들이 드나들고 있다고 한다. 여러분 중에서도 그 연구실의 객원연구원(?)이 되고 싶은 친구는 없으려나?
 

Discussion

1. 인간과 개미사회의 공통점을 살펴보고, 우리 인간이 개미사회에서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가.
2. 개미사회에 대해 설명해보고, 불평등한 구조인데도 개미사회가 평화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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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s

  1. Hello! World^^의 프로필
    Hello! World^^ 님의 의견 - 7년 전

    인간도 개미사회의 이타심을 배울필요가 있다!

    0 0 답글
  2. zeki2002의 프로필
    Lv4 zeki2002 님의 의견 - 6년 전

    개미와 닮은 점도 있긴하네요.

    0 0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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