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과 한국, 그 가능성의 차이

[ - 디베이팅데이 ]

ddasd

 

제법 성공적으로 경영했다는 로마제국은 알고 보면 매우 불평등한 체제였다. 맨 하층계급인 노예부터 해방노예, 식민지시민, 로마시민, 군인, 귀족에 이르기까지 6단계로 신분이 구분됐다. 노예는 주인에게 생사여탈권이 있었고, 시민과 귀족은 관직 상한선이 다른데다 정복국가의 특권인 전리품 배분에서도 큰 차별이 있었다.

 

하지만 계급간 신분이동만큼은 보장됐다. 노예도 주인에게 신뢰를 받으면 해방되고 재산이 일정 이상 쌓이면 시민으로 등록됐다. 시민들은 공을 쌓고 명망을 얻으면 시민대표인 ‘호민관’에 올라 귀족사회에 입문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등 이름난 로마 지도자들도 근본을 거슬러 올라가면 피정복지의 노예나 포로였을 가능성이 크다.

 

번영은 공영이 안내하는 아주 멀리 있는 종착역이다. 로마는 ‘계층이동’과 ‘권리’를 보장해 만인의 공영을 이뤘다. 능력과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 올라설 수 있다는 믿음이 로마 토박이는 물론이고 야만인의 땅이라 불리던 갈리아와 게르만 점령지에서도 공유됐다.

 

‘아메리칸 드림’ 역시 능력주의 개방사회의 매력을 상징했다. 물밀 듯이 쏟아진 이민자들은 비록 양극화가 심할지언정 자신들도 이민자 딱지를 떼고 제2의 ‘존 F 케네디’가 되고, 가난을 이겨낸 ‘워렌 버핏’을 꿈꿨다. 케네디는 가난한 아일랜드 이민자 집안 출신이고 버핏은 작은 식료품 가게 주인 아들이었다.

 

오늘날 한국은 어떤가? 사회구조가 ‘계급불변’, ‘시민수탈’에 가깝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건 옛말이 됐다.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니 표면적 계급구분은 사라졌지만, 경제적 능력에 따라 빈곤층-중산층-부자-재벌가문으로 지위가 갈린다. 빈곤-중산층이 부자-재벌이 되기란 애초 불가능하다.

 

서민 대다수는 다시 최정점에 생존권이 그나마 보장되는 정규직이 있고, 그 아래로 비정규직∙하청∙파견직∙시간제 근로자 등 ‘경제적 천민’이 있다. 부모의 지위는 다시 자녀의 주거∙교육∙결혼에 영향을 주면서 그 가문의 숙명이 된다.

 

5389_8461_141

▲ 로마는 ‘계층이동’을 보장해 만인의 공영을 이뤘다. 능력과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 올라설 수 있다는 믿음이 공유됐다. ⓒ flickr

 

법으로는 2년 일하면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1년에서 수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이 묵인되는 현실 앞에서 그 2년은 절대 채울 수 없는 기간이다. 지난 10월 스스로 목매단 중소기업중앙회 20대 여직원은 직장 성희롱에 시달리며 2년간 7번이나 계약을 갱신당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규직 전환비율은 5%다. 게다가 파견∙하청∙시간제 등을 합하면 고용취약계층의 숫자는 올해 1000만 명을 넘었다.

 

최근 정부는 정규직을 쉽게 해고하고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고용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경제계층이동이 멎은 현실에서 이번에는 ‘경제서민’의 최후 보루인 정규직마저 하향평준화한다는 복안이다. 쌍용차의 정규직 2500여 명 집단해고를 합법으로 인정한 대법원의 11월 판결은 노동권 축소를 사실상 묵인한다는 신호다. 부자를 빼고 계층이동도 권리보장도 안 되는 한국사회에는 지금 ‘로마의 꿈’이나 ‘아메리칸 드림’과 같은 희망이 없다.

 

능력에 기반한다면 숙련직-비숙련직, 또는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계급을 나누는 것까지는 묵인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 한국 ‘서민’들은 고대 로마의 노예에게 보장된 신분상승의 사다리조차 없다는 점이다. 노력하면 수십억 연봉의 재벌기업 임원도 될 수 있다지만 거의 ‘희망고문’에 가깝다.

 

당장 ‘서민’의 꿈인 정규직이 되는 것조차 아득한 꿈 속의 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최저임금을 노사정 타협으로 결정한다지만 실상은 재계와 정계의 강압 아래 평균임금의 40%에도 못 미치도록 유지된다. 노동자에게 기업이익창출의 성과가 분배되는 정도인 ‘노동소득분배율’은 OECD 최하위 수준인데도 정부는 정규직이 임금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거기에 고용안정도 빼앗겠다고 하니 서민들 눈앞에 보이는 건 내리막길 뿐이다.

 

한국경제가 회생하려면 경제적 서민들의 권리와 성취 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미래가 어두운 사회는 활력을 잃는다. 희망이 없으니 근로욕구도 떨어지고 소비도 줄어 나라경제는 불황에 빠지고 만다.

 

세계적 경제불황 속에서도 노사가 협력해 성장을 거듭하는 독일의 비결에는 정규직 전환과 고용보장은 물론이고 노동자대표가 기업의 해고결정이나 임금결정에 이사 자격으로 참여하는 ‘노동자 경영참여’ 제도가 있다. 로마의 번영과 독일의 성공은 ‘서민’의 권리보장에 뿌리박고 있다. 서민하향사회로 질주하는 한국사회의 종착역은 벼랑이다.

 

 

출처 : [단비뉴스]  이성훈 기자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389


  • 토론의 순수성을 신뢰합니다.
  • 서로간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합니다.
  • 소통과 공감을 최고의 가치로 여깁니다.
  • 지식과 지혜의 조건없는 공유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