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차별도 노력으로 극복이 되나요?

[ - 디베이팅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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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도 노력으로 극복이 되나요?

입소문만으로 관객 수 300만을 넘긴 영화 〈주토피아〉가 장안에 화제다. 무엇보다도 포스터에 나온 두 주인공 토끼와 여우. 그렇잖아도 복슬복슬한 털 동물에 사족을 못쓰는 취향 탓에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가 봤다. 평일에 두 번이나 허탕 친 끝에 겨우 토요일 조조로 보는 데 성공.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거 꽤 난감하겠는데?!’

동물의 세계에서 힘 센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나갔다. 약한 초식동물이든, 힘센 육식동물이든, 노력한 대로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 생겼으니까. 그 곳은 이름부터 찬란한 주토피아(Zootopia).

꼬마 토끼 주디의 꿈은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경찰이 되어,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키는 것. 안정적인 걸 최우선으로 여기는 부모님은 딸이 어떤 토끼도 간 적 없는 길을 가는 걸 걱정하지만, 꿈 많은 소녀에게는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경찰학교에 들어간 주디는 덩치 큰 동물들 틈에서 수석으로 졸업한다. ‘포유류 통합정책’이라는 약소 동물 우대 정책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주디가 남들의 몇 배 이상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주디는 마침내 주토피아에 입성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사회 약자의 성공담처럼 보이지만,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넌 바보 토끼, 난 사기꾼 여우

막상 주토피아 경찰서에 들어서자 묘하게 시선이 따갑다. 주디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 덩치 하는 동물들. 서장도 신입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주디에게 주어진 건 주차 단속 업무. 처음부터 신입에게 중요 업무를 주는 곳은 없다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더구나 경찰학교 수석 졸업인데! (보통 교통 경찰을 수사경찰보다 낮게 보는 풍조를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주디는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어느 날, 주디는 주차 단속 업무 도중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여우 부자를 본다. 점원 코끼리들에게 ‘교활한 여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용을 거부당하는 이들 부자가 안쓰러워 도와준 주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디는 자신이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간 걸 알게 된다. 두 마리 여우는 부자지간이 아닌 사기꾼 동업자였던 것. 이건 사기잖아! 따지는 주디에게 여우 닉은 이렇게 대꾸한다. 여우가 세상 사람들 생각대로 교활한 게 뭐가 나쁘냐며.

그 무렵, 주토피아에는 원인불명의 실종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실종자 수는 이번에 사라진 수달까지 14마리로, 전부 육식동물이다. 사라진 남편을 애타게 찾는 수달 부인을 외면할 수 없어 주디는 남편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주디는 경찰에 등록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라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주어진 시간은 단 48시간. 시간 내에 수달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녀는 경찰을 그만둬야 한다. 그런데 유일한 목격자가 바로 뼛속까지 사기꾼인 닉.

다른 사람 아니 동물 같았으면 진작 포기했겠지만 워낙 낙천적인 토끼였던지라, 주디는 곧 닉을 수사에 끌어들일 방법을 떠올린다. 방법은 닉의 약점을 잡아 수사에 협조하도록 하는 것. ‘토끼가 약하고 멍청할 줄 알았지?’ 이렇게 탄생한 피식자-포식자 콤비는 수달을 찾아 주토피아 전체를 뒤지고 다니게 된다.

‘코가 꿰여’ 반 강제로 수사에 협조했지만,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주디를 지켜보면서 닉은 토끼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작은 동물이라는 이유로 경찰 조직에서 소외되는 그녀에게서 자신의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여우라는 이유로 초식 동물들에게서 왕따를 당했고, 그 과정에서 굳이 여우에 대한 세상의 색안경을 거스를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웠던 것. 주디 역시 닉이 태어나면서부터 사기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먹이사슬을 넘어선 우정이 싹트게 된다. 그런데 수달의 행방을 찾아냈을 때, 또다른 운명의 장난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미지_주토피아 2

 

차별에 찬성하지 않을 이유

〈주토피아〉를 편하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단연 영화 속 세계에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의 모습 때문이다. 공공시설이 동물 크기별로 갖춰져 있고 약하고 작은 동물을 우대하는 ‘포유류 통합정책’이 있지만, 동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주토피아에도 곳곳에 차별과 편견이 남아 있다. 주토피아의 사자 시장은 양 보좌관을 데리고 있지만 말 그대로 생색용에 불과하다. ‘여우는 교활해’ ‘토끼는 약하고 멍청해’ 등 근거 없는 편견들도 널렸다. 여러 모로 인간 세상에 남아있는 차별과 많이 닮았다.

하지만 영화 속 주토피아는 사회 구성원이 동물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인간 사회와 100% 닮지는 않았다. 때문에 영화 속 차별의 모습 역시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것과 100%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마치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종류의 차별을 한데 모아 ‘차별’이라는 큰 단어 하나에 모두 뭉개 놓은 느낌이다. 이 세상 모든 차별들의 공통점만 부각시킨 느낌이랄까. 차별을 두루뭉술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설정상 구멍(?)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절대 차별에 찬성하지 말아야 할 이유, 즉 차별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각종 사회적 문제를 정말 알기 쉽게 이야기에 녹였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역차별 제도가 생기면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못하는 쪽이 반드시 나오기 마련. 작은 동물 우대 정책으로 ‘토끼’는 혜택을 받을지 몰라도 먹이사슬의 중간에 있는 ‘여우’는 큰 동물과 작은 동물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한다.

차별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또 다른 차별을 불러오게 된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는다. 사라진 수달을 비롯한 모든 실종자가 ‘육식동물’이었다는 점에서 주토피아에는 다른 종류의 차별이 탄생하게 된다. 평화로웠던 주토피아는 육식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 둘로 나뉘어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굳이 불편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들자면 영화의 메시지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수준의 차별마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 차별문제가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에 법적 제도로 최소한의 정의를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 제도는 말 그대로 마지노선, 세세한 문제까지 바로잡지는 못한다. 이 부분을 다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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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변화의 시작은 나 자신

분명 영화는 이에 대한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어린이도 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별에 맞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힌트는 보여준다.

영화는 소소한 장면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아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주토피아에는 레밍, 두더쥐 등 작은 포유류들이 사는 구역도 있는데, 이 곳에서 범인과의 추격전이 벌어질 경우 덩치 큰 육식 동물 경찰만 있다면 뜀박질 한 번에 작은 동물 마을이 파괴될 것이다. 주디 같은 작은 동물 경찰도 필요한 이유로, 사람들 각자의 존재 가치가 다를지언정 모두 쓰임새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주인공 주디의 정신적 성장이다. 늘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향해 달려가지만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이 믿고 있는 게 옳은 건지 멈추고 되돌아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주디는 가장 소중한 것,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세상 사람들은 물론 자신에게도 ‘흑은 흑이요 백은 백’이라 말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세상에서 부조리를 덜어낼 수 있는 출발점 아닐까.

확실히 주토피아는 완벽한 유토피아는 아니다. 하지만 이곳이 진짜로 주‘토피아’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건 차별 혹은 역차별을 향한 침묵이 아닌, 서로 간의 ‘믿음’이라고, 영화는 우리에게 한 줄기 희망을 열어 놓는다.

 

About Movie

그래도 변화의 시작은 나 자신

〈주토피아〉는 주디의 성장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데 이런 전개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맞다. 〈주먹왕 랄프〉나 〈겨울왕국〉 등 최근의 디즈니 작품이 비슷한 패턴을 갖고 있다. 모두 자립심 강한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녀들은 ‘완벽’하지는 않다. 주인공이라 해서 옳은 관점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실제의 인간처럼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물론 그 실수를 딛고 잠재력을 드러내면서 한층 더 성숙해진다. 기분 좋은 결말은 덤.

그런데 이런 성장 레퍼토리가 어린이들에게만 먹히는 건 아니다. 주인공들이 사는 곳을 잘 보면, 바로 ‘동화속 세계’가 아닌 현실과 많이 닮은 세계 속이다. 잘 짜여진 각본 속에서, 등장 인물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은 상당히 현실성 있고 설득력 높을 수밖에. 어른들이 더욱 공감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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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s

  1. Obaltan의 프로필추천댓글
    Lv2 Obaltan 님의 의견 - 2년 전

    변화의 시작은 바로 나라는 말이 눈에 띄는 것 같아요. 모든 시작은 한 사람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ㅎ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제가 봤던 리뷰중에 제일 완성도 높은 리뷰 같아요 ㅎㅎ

    3 1 답글
  2. 생각하는 돼지의 프로필
    Lv1 생각하는 돼지 님의 의견 - 1년 전

    누군가 말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말이 생각난다 ‘사람은 첫인상을 보고 모든걸 결정한다’와’사람은 끝인상으로 기억한다’ 라는걸 말이다 주토피아는 그런걸 잘 담아낸것같다

    0 0 답글
  3. GOHD의 프로필
    Lv1 GOHD 님의 의견 - 1년 전

    정말 좋은 리뷰였던 것 같습니다. 많이 공감되는 내용을 적어주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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