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논객들의 모병제 찬반 의견 살펴보니…

[ - 디베이팅데이 ]

28사단의 ‘윤 일병’ 사건으로 모병제 논란이 뜨겁다. 군 가혹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선 “모병제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모병제 도입은 “한국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맞붙고 있다.

사실 모병제 도입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를 두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다. 진보진영에서는 대체로 모병제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2012년 <한국일보>에 기고한 ‘올림픽과 모병제’에서 “우리나라의 일상적 삶은 선진자유국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라며 “군복무의 본질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기가 우리 사회에 도래한 지 오래다”라고 모병제에 대해 논의해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이참에 진지하게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병제에로의 전환, 대체복무제의 도입, 올림픽 수상자들에 대한 병역 면제의 정당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군사력 축소를 통한 북한과의 평화공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교수는 지난 11일자 <조선일보> ‘이젠 모병제를 논할 때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도 “모병제는 군대를 양질의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찰관이나 소방대원과 마찬가지로 군인도 지원자로 선발한다. 모병제는 장점도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십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기고, 전문화를 통한 정예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군 유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든다. 병역과 관련된 각종 소모적 논쟁을 종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병제

ⓒ연합뉴스

 

“징병제, 권력 유지하기 위해 이어져온 제도”

안 교수가 ‘사회적 비용 효과’ 관점에서 모병제를 찬성한다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인권 차원’에서 모병제에 찬성한다.

한 교수는 <대한민국史>(한겨레 출판 펴냄)에서 “일제시대 때 군력이 모자라 시작된 징병제는 이후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엔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했다”며 이런 역사를 가진 징병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군인을 베트남, 라오스에 파견하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베트남으로 군인을 파견했고 그 대가로 미국의 원조를 받았다.

그는 “이렇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어져 온 징병제는 현재 복무기간도 길고 대우도 매우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가만 생각하고 개인은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징병제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특기해야 할 일은 국가와 시민 간 계약에 기초해 수립돼야 할 징병제도가 시민의 권리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너무나 당연하게 국가의 압도적인 우위 속에서 시행되었다는 점이다”고 주장했다.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는 모병제 이전 단계인 대체복무제를 주장했다. 그는 2005년 <한겨레21> 칼럼에서 “현대의 군대는 보병 중심이 아니라 기술과 장비 중심이며, 그것은 우리가 요구하기 이전에 군대의 인격화를 요구하는 요인”이라며 “지금 당장 군대의 인격화에 상징성을 주면서 그것을 가속화 할 대체복무제 실현을 위해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병제 군대, 위험한 살인도구 될 수 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도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병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당신들의 대한민국>(한겨레 출판 펴냄)에서 당시 논란이 됐던 ‘유승준 사태’를 지적하며 “유승준을 왕따해봤자, 국민 개병제(징병제)로 인한 심각한 문제들 – 군 안에서의 인권 유린, 장기 복무로 인한 고학력자의 수학 능력 저하, 지배층의 고질적 병역 기피 문화 등 – 이 해결될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뒤 “유승준에게 분노를 퍼붓기보다는 군축과 모병제로 점차적인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생산적인 해결법일 것이다. 모병제로 가야 약자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회 전반의 군사 문화가 드디어 그 자취를 감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교수가 모병제를 무조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이 책 뒷부분에서 모병제의 부작용도 언급했다. 현재의 자본주의 지배구조, 그리고 통치구조 속에서 모병제를 시행하는 것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는다고 경고했다.

“영국 군대가 지금 미군과 함께 아프간, 이라크 침략의 주역을 담당한다는 상황은 영국 군대가 징병제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3세계에서의 더러운 전쟁들을 위해서 징병제 군대가 아닌 전문적 모병제 군대를 사용할 때, 본국의 여론이 보통 비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부 자본의 잉여 가치 수취의 규모와 방식이 각각 지구화, 국제화되는 만큼, 대내외적 착취의 강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부 민족국가의 물리력의 역할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징병제의 폐지는 남성에 대한 군사적인 훈육의 중지를 의미하는 차원에서 긍정적 의미도 내포한다. 그런데 이미 세계를 금융, 경제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들의 손에서는 모병제 군대란 위험한 살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군대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모병제를 대안으로 내세우지만 그 모병제라는 것이 오늘날과 같이 자본의 손에, 통제자들의 손에 의해 위험한 살인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 아니다. 상시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구조에서 모병제를 실시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출처 :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486


  Opinions

  1. 장동만의 프로필
    장동만 님의 의견 - 1년 전

    이 참에 모병제로 가자
    “엉클 샘이 당신을 필요로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당신이 엉클 샘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軍)는 3백여 가지 종류의 안정된 직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식주를 제공하고, 초봉이 XXX달라, 고스란히 저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대 후엔 각종 베니핏이 주어집니다.” —미군 모병 광고문—
    미국은 월남전이 끝난 직후인 1973년 1월 군 징병제 (draft system)를 완전 폐지, 지원제 (volunteer system)로 바꾸었다.( 단: 전시에는 징병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 미국이 오랜 연구 검토 끝에 이같은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당시, 군 당국은 이에 따르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우려했다. 병력 수급 문제, 군 질(質) 저하 문제, 군의 흑인 일색화 등… 그러나 지원제가 실시된지 30년이 지난 지금, 그 같은 우려는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원자가 끊이지 않아 병력 수급에 조금의 차질도 없고, 군 학력 수준은 도리어 더 높아졌으며, 전체 인구에 비례한 흑백 분포에도 하등 이상이 없다고 한다.
    지금 한국은 ‘병풍’이 크게 정치 쟁점화, 누구 아들(들)이 불법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느니, 전 현직 국회의원 60여 명 이상이 병역 기피자니, 정치와 언론이 온통 이 ‘병풍’에 매달려 낮과 밤을 지샌다. 한국의 권력 가진 사람들, 돈 가진 사람들이 자식들의 병역 문제에 있어 그 동안 어떤 처신들을 해왔는가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오죽해야 젊은이들의 입에서 ‘신의 아들’ (신의 조화로 군에 안가는 아들), ‘장군의 아들’ ( 빽으로 보충역으로 빠지는 아들), ‘어둠의 자식’ (돈도 빽도 없어 일선에 끌려 가는 자식 )‘들 이라는 저주와 자조의 말들이 나왔겠는가.
    오늘날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징병제를 폐지,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 대부분 국가가 이미 징병제를 폐지했고, 스페인은 금년 (2002년) 중 폐지 예정이고, 러시아는 작년 11월 푸틴 대통령이 폐지안에 서명을 했다. (실시 일자는 미정) 그리고 독일은 이를 적극 검토 중이고, 일본 역시 자위대 병력은 100% 지원병으로 충당하고 있다 (http://www.anticonscript.org 참조) 모두가 국방 상황의 변화, 군의 현대화 및 과학화에 따르는 전문 기능 병력의 필요성 증대,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는 강제 징집과 인간의 자유 기본권의 상치(相値)등을 감안한 조치다.
    한국의 경우 너무나도 말썽 많은 이 병역 문제, 그 비리 부정의 원천을 근원적으로 봉쇄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병역 강제 징집 제도를 폐지, 지원병 제도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국가 민족을 위하여…” 또는 “신성한 국토 방위를 위하여…” 라는 애국심에의 호소가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조금의 소구력 (訴求力)도 갖지 못하는 이제, 군을 하나의 직업 군(群)화 함으로써 그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아닌, 즐거이 제 발로 걸어 들어 가는 군문 (軍門) 으로 탈바꿈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더욱이나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같은 획기적인 조치가 뒤따른다면, 그 화해 무드 또한 급물살을 탈 것이다.

    <장동만: e-랜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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