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문성의 차이 주도하는 미군과 얹혀 생활하는 한국군

[ - 디베이팅데이 ]

한국전쟁

세계 최강의 군대, 지구상 도처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군과 역사상 현대전을 기획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한국군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미군에게 모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군 간에는 짧은 지면을 통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필자의 경험에 입각한 단면을 언급할 것이지만 이 같은 단면이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 주요 차이는 전쟁에 관한 전문성으로 볼 수 있다.

미군 장교는 자신이 하는 임무와 역할에 무관하게 전쟁에 관한 전문성이 상당한 수준이다. 이 같은 교육을 사관학교 생도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없다는 주장이 이상할 것이다. 이들은 전쟁이란 커다란 틀 안에서 자신이 하는 임무와 역할이 차지하는 위치를 알고 있으며, 이는 한국군이 말하는 작전장교(보병, 함정, 조종사 등)은 말할 것 없고 모든 장교에게 공통적으로 목격되는 현상인 듯 보인다.

미군 장교들이 전쟁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 장교가 미국의 각 군 대학, 합동참모대학, 국방대학과 같은 과정에서 작성한 논문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들은 인사, 군수, 정보, 통신, 시설 등 한국군이 비작전분야로 알고 있는 부분에 관해 논문을 작성할 당시에도 전쟁에 관한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신의 논리를 전개할 당시 필요한 전쟁 관련 지식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이 전쟁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구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미군 장교들이 자신의 임무 및 역할에 무관하게 전쟁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구비하고 있음을 보여준 현상이 2006년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합동참모대학에서 목격되었다. 당시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작전기획을 담당하는 미 육군 보병 대령과 지휘 통제를 담당하는 미 공군통신 대령을 모시고 합동참모대학 학생들과 함께 질의 토론을 갖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작전기획을 담당하는 보병 장교는 물론이고 정보통신 장교조차 전쟁 이론에 입각하여 지휘 통제 통신의 문제를 설명하는 것을 볼 수 있었음은 물론 전쟁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견지하고 있었다.

정보 통신 또한 전쟁 수행을 지원할 목적의 것이란 점에서 보면 전쟁에 관한 지식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이 아닐 것인데 한국군 입장에서는 놀라운 현상으로 보였다.

전쟁의 전문성은 대령과 같은 실무자로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한미연합사령관과 같은 장군들은 보다 전문성이 있었고, 2004년 국방대학 안보과정에 입교한 대령들을 상대로 한미연합사령관인 리언 라포떼가 2시간 특강을 한 바 있다. 한반도 전쟁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2시간 거침없이 설파한 후 질문을 받았다. 놀라운 실력을 선보여 ‘전쟁 박사’란 인상을 받았다.

반면, 한국군은 비작전장교들은 물론이고 작전장교들 또한 전쟁에 관한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군에서는 전쟁은 작전장교들만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작전장교가 아닌 장교가 전쟁의 문제를 거론하면 타인의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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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작전장교들 또한 전쟁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한국군의 경우는 작전장교 가운데에도 전쟁의 문제를 심도 깊게 교육받은 사람, 연구한 사람, 고민해본 사람이 많다.이는 합동참모대학에서 만 10년 근무하면서 전군을 상대로 합동교리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필자의 소감이다.

공군의 조종사, 육군의 보병, 해군의 함정 장교 가운데 전쟁에 관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희귀 인간’이란 점에서 보면 한국군이 작전장교라고 분류하지 않는 장교들의 전쟁에 관한 전문성은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전쟁에 관한 전문성이 전시 군사력 운용에 뿐만 아니라 평시 매년 300억 달러 이상의 국방비를 이용한 전력 건설의 근간이란 점에서 보면 한국군 장교들의 군사이론 전문성 부족 문제는 국가안보 측면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무면허 의사에게 대형 수술을 맡기는 것보다 위험한 상황이다. 전문성이 없는 의사로 인해 1명이 사망할 수 있는 반면 전문성이 없는 군인들로 인해 국가가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대한민국 역사상 전쟁의 문제, 현대전의 문제를 고민해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일본 자위대의 경우 최근까지만 해도 전쟁을 할 수 없는 군대를 유지했지만 이들의 DNA에는 2차 세계대전, 러일전쟁, 청일전쟁 당시의 경험이 누적되어 있었다. 전쟁을 할 수 없었을 당시에도 일본 자위대의 수준이 나토군 수준 이상이라고 1998년 당시 랜드연구소의 부소장은 말한 바 있다. 이는 이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기획했던 선배들을 초청하여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보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이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거의 전무했다.

조선일보에 백선엽 장군이 6.25 전쟁 관련하여 기고하고 있지만 백선엽 장군이 수행한 전쟁이란 것도 육군 내부에서의 지엽적인 것이었다. 군사적 용어로 표현하면 전쟁의 전술적 수준에 관한 것이었다. 백선엽 장군에게 한반도 전쟁 수행 개념에 관해 질문하면 아마도 권위 있는 답변은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6.25 전쟁은 미군이 기획한 것이고, 6.25 전쟁의 기획에 참여했던 한국군이 단 1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일제 시대 당시 일본군에서 근무했던 한국군 장교 가운데, 전쟁 기획 분야에 근무했던 장교는 거의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이분이 남긴 자서전 가운데 이 부분에 관해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어 보이는 경우는 1, 3대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김정렬 장군이 유일한 듯 하다. 김정렬 장군이 어떻게 한국인으로서 전쟁 기획의 문제를 고민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지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아무튼 한국은 전쟁의 문제와 관련하여 거의 백지 상태에서 해방이 되었으며 미군의 비호 아래 지난 70여년을 생활해왔다.

이어 한미 연합 차원에서 국가안보 문제에 대처한 1954년 이후에는 한미 역할 분담으로 인해 한국군은 전쟁을 고민할 위치에 있지 못한 채, 미군이 작성한 계획에 따라 행동하는 수준의 일을 수행했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보면 설계는 미군이 하고 한국군은 조립 수준의 일을 수행했던 것이다. 수행하는 일의 성격이 이와 같다 보니 전쟁을 연구할 필요가 없었으며, 전쟁을 연구하거나 고민해서는 군에서 진급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군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했던 예비역 장군들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극구 반대했던 것은 어느 누구보다도 한국군의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자전거를 타보지 않고서 자전거를 배울 수 없듯이 자신이 직접 전쟁의 문제를 고민하는 일(작전통제권 행사)을 해보기 이전에는 전쟁에 관한 전문성을 견지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언급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부분 조직과 분야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조직을 군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한국군을 정상적인 군대로 바꾸는 문제는 너무나 중요하고 시급한 부분이다.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연세대학교 정치학 박사 ▲미 오레건주립대학 전산학 박사 ▲공군대령(예) ▲공군사관학교 교수 ▲국방대학교 합동교리실장 ▲국방과학연구소 데이터통신실장 ▲공군조종사적성연구소 소장 ▲한국국방연구원 객원연구원 역임 ▲現 공군발전협회 연구위원 ▲現 국방전문가포럼 회원 ▲現 한국국방개혁연구소 소장 ▲現 포항공대 외부연구원

※ 이 기사는 본지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출처 : [불만닷컴]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http://www.bulmanzero.com/news/articleView.html?idxno=16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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